스마트홈 연결 방식 심화 - 2.블루투스/BLE/메시
스마트 홈에서 사용되는 연결 방식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자세히 다룹니다. 스마트 홈 입문 글(링크)을 작성하기는 했지만, 너무 자세히 적으면 오히려 혼란이 올 수 있어 자세히 적지 못했습니다.
연결 방식을 자세히 다룬 저의 시리즈 글을 통해,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통신 방식이 왜 조금씩 다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술 표준이 발표된 순서에 따라 ①와이파이·매터 오버 와이파이(링크), ②블루투스, ③지그비 / 스레드 / 매터 오버 스레드 순서로 다룹니다. 이 글은 두 번째 순서인 블루투스를 다룹니다.
관련 글
1. 왜 이렇게 많은 규격이 생겨났을까?
2. 클래식 블루투스와 블루투스 LE
3. 블루투스 비콘 (BLE로 통신)
4. 블루투스 메시: 지그비를 이겨 보자
5. 호환성은 문제 - 하지만 연결 편의성은 압도적
6. 그래서 스마트 홈에서는?
7. 마무리
◆ 1. 왜 이렇게 많은 규격이 생겨났을까?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각 표준이 어떤 고민 속에서 탄생했는지 살펴보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음은 각각의 표준이 발표된 시기와 당시의 화두를 정리한 것입니다.
• 와이파이(1997): 무선으로도 빠르게 / 무선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했으면 좋겠다. 전부 유선으로 연결하려니까 힘들어.
• 블루투스(1999): 주변 기기 무선화 / 키보드, 마우스, 이어폰을 무선으로 쓰면 편하겠는데?
• 지그비(2004): 저전력, 다수의 기기 통제 / 빌딩 조명 자동화 같은 걸 하고 싶다. 전력은 더 적게 쓰고, 기기끼리 메시(Mesh, 그물망)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기기가 많은 환경에서도 쓸 수 있고, 많은 기기를 한 번에 통제할 수 있고, 사용 거리를 확장할 수도 있게 만들어야지.
• 블루투스 LE (BLE, 2010): 블루투스에도 저전력을 / 저전력 수요가 있네? 허브가 필수인 지그비와는 다르게, 스마트폰에서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걸 만들어서 더 많이 팔아야지.
• 스레드(2015): '호환성', 저전력, 다수의 기기 통제 / 지그비는 이름만 같지 회사에 따라 커스텀을 너무 허용해서 서로 호환이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인터넷 언어(IPv6)를 이용해서 인터넷에 연결되기 쉽게 만들고, 호환성을 더 챙겨 보자.
- 대신 통신 칩셋 같은 것이나(IEEE 802.15.4), 메시 네트워크 방식은 지그비처럼 유지하자.
• 블루투스 메시(2017): 블루투스로도 다수의 기기 통제를 / 우리도 지그비처럼 기기가 많은 환경에서도 쓸 수 있는(메시 네트워크) 무선 통신 규격을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이번에도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쓸 수 있는 걸 만들어서 더 많이 팔아야지.
• 매터(2022): 완벽한 호환성 / 스레드 표준 만들다 보니까, 통신 규격만 통일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레이어도 통일해야(=표준 서식) 진짜 호환성을 챙길 수 있겠다. 구글 홈이랑 애플 홈이랑 서식이 똑같아야 정보 전달이 제대로 되겠다. 표준 서식을 만들고 이름은 매터라고 하자. 그리고 호환성 규제도 강하게 해야겠다.
- 통신은 기존 방식을 재활용하자. 호환성이 중요하니까 저전력 스레드 / 고대역폭 와이파이를 쓰자. 초기 등록은 BLE로 편하게 만들자.
• 지그비 4.0(2025): 지그비를 허브 없이, 더 멀리 / 다른 녀석들이 너무 치고 들어오는데? 지그비도 BLE를 통해 기기에 허브 없이도 연결 가능하게 만들고(Zigbee Direct), 1GHz 미만 주파수도 함께 사용해서 장거리 통신, 실내 통신이 더 잘 되게 만들어야겠다(Sub-GHz, Suzi).
기존 기술의 약점을 공략하여 시장을 차지하려는 기업들이 연합하여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로 새로운 기술이 나온 것입니다. 물론 여러 표준에 발을 걸치고 있는 기업도 있지만, 주도하는 기업이 조금씩 달라서 서로 경쟁을 하는 것입니다. 경쟁을 하다 보니 서로 비슷해지는 면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블루투스를 살펴보겠습니다.
◆ 2. 클래식 블루투스와 블루투스 LE
▶ 블루투스 LE(Low Energy, 이하 BLE)와 블루투스 메시 이외의 블루투스를 '클래식 블루투스'라고 부른다면, 클래식 블루투스는 무선 이어폰으로 굉장히 익숙한 연결 방식입니다.
BLE Audio 규격이 발표되면서 무선 이어폰에서도 BLE가 사용되는 경우가 늘었지만, LDAC 등 고음질 코덱을 사용하는 경우는 대역폭(전송 용량)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클래식 블루투스도 함께 이용되고 있습니다.
- 클래식 블루투스는 중간 정도의 화물을 중간 정도의 에너지로 옮길 수 있습니다.
- BLE는 아주 적은 양의 화물을 적은 에너지로 옮길 수 있습니다.
- 블루투스 메시는 아주 적은 양의 화물을 릴레이 방식으로 여기저기 옮길 수 있습니다.
• 본문의 주제인 스마트 홈에서는 클래식 블루투스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스마트 홈의 센서가 전달하는 데이터는 '온도, 습도' 같은 가벼운 정보여서, 전력 소모가 더 적은 BLE로도 데이터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BLE의 장점
그에 비해 BLE는 사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허브(게이트웨이)가 없이 스마트폰만으로도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 허브 없이 스마트폰에서 직접 사용 가능합니다. 가장 큰 장점입니다. 지그비도 2025년에 발표한 지그비 4.0에 Zigbee Direct라는 걸 넣었지만, 실제로 보급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 신호 강도(RSSI) 기반으로 근접 인식이 됩니다. 이를 이용해 스마트 도어락이나 자동차 스마트키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 1:1 통신을 전제로, 전기 절약(Low Energy)을 목표로 설계되어 배터리 효율이 좋습니다. 그래서 스마트 체중계, 스마트 도어락처럼 하루에 몇 번 사용하지 않는 기기의 배터리 절약에 유리합니다.
지그비나 스레드는 처음부터 메시 네트워크를 전제로 설계되어서, 네트워크 유지를 위한 작업에도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 BLE의 단점
- 거리 제한: 허브가 없으면 스마트폰 근처, 허브가 있어도 허브 근처에서만 통신을 할 수 있습니다. 1:1 통신을 전제로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 이건 대규모로 운용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빌딩 전체를 통제하려면 통신 거리가 길어야 합니다.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중에 여러 기기를 그물망(Mesh)처럼 연결하는 블루투스 메시를 만들었습니다.
- 집 밖에서 제어하려면 결국 허브가 필요합니다. 물론 허브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좋지만, 더 많은 일을 하려면 결국 허브가 필요합니다.
- 이론적으로 반응 속도가 약간 느립니다. 배터리 절약을 위해 기기가 깊은 잠(deep sleep)을 자는데, 잠을 자다가도 부모 노드와의 연결을 가끔씩 점검하는 지그비와는 달리, BLE는 연결을 완전히 끊었다가 다시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배터리 절약에는 유리하지만 연결시 딜레이가 조금 있습니다.
◆ 3. 블루투스 비콘 (BLE로 통신)
BLE를 이용한 블루투스 비콘(Beaco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블루투스 위치 추적기'입니다.
- 딱딱하게 설명드리자면, 블루투스 비콘은 특정 위치나 사물에 부착되어 자신의 식별 정보를 주기적으로 송신함으로써, 주변 기기가 해당 위치나 사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근거리 무선 위치 정보 송신기'입니다.
기술은 2010년 블루투스 4.0에서 BLE와 함께 발표되었는데,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2013년 애플 아이비콘(iBeacon) 이후입니다.
사례로 접하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
매장 내에 블루투스 비콘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스타벅스 앱을 설치한 고객이 매장 근처에 오면, 블루투스 비콘과 초음파를 함께 이용하여 거리를 측정합니다. 이를 통해 고객이 실제 매장 근처 또는 내부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주문을 받습니다.
▶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안내 앱
전시물마다 비콘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전시 안내 앱을 설치한 관람객이 유물 근처로 가면 비콘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해당 전시물의 안내를 띄워 줍니다.
▶ 인천 공항 안내 앱
공항 여기저기에 비콘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앱을 켜고 인천 공항에 들어가면 위치 안내, 게이트 위치 변경 안내 등 공지, 면세점 쿠폰 증정 등 여러 기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서울대학교, 중앙대학교 전자 출결
강의실마다 비콘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앱을 켜고 강의실에 들어가면 출석 확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 기업 물류센터에서 분실 위험이 있는 자산에 비콘을 넣고, 자산의 이동을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블루투스 비콘은 이렇게 BLE가 산업적으로 활용되는 가장 큰 예시입니다. 이것이 바로 아래에서 설명 드릴 블루투스 메시의 보급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 4. 블루투스 메시: 지그비를 이겨 보자
위에서 말씀드린 BLE의 단점 중, 거리 제한과 그로 인한 대규모 운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블루투스 메시(Mesh)가 2017년 발표되었습니다. 지그비가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 홈 / 오피스 / 팩토리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입니다.
▶ 이미 보급된 BLE를 기반으로 블루투스 메시만의 장점을 추가하였습니다.
- 스마트폰과 직접 연결 가능합니다. 그래서 소규모로 운영할 때는 허브 없이도 사용 가능합니다.
- 허브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스마트폰으로 기기를 쉽게 추가할 수 있습니다. 지그비는 기기를 허브나 라우터 근처로 가져가야 합니다. → 이 점은 추후 개발된 매터에도 반영되어, 매터 기기를 허브에 등록할 때 BLE를 활용합니다.
- 블루투스 비콘과 연동하여 사용 가능합니다. 블루투스 비콘과 메시 모두 BLE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둘 다 사용하는 경우에는 하드웨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운용 편의성도 챙길 수 있습니다.
▶ 메시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메시 네트워크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상시 전원 기기가 신호를 중계해 줄 수 있습니다. 조명, 플러그, 허브 등이 그 역할을 합니다. 지그비의 장점을 수용한 것입니다.
- BLE는 1:1 통신이 중심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허브와 직접 연결되어야 했고, 그곳에서 멀리 벗어나면 연결이 안 되었습니다. 하지만 블루투스 메시에서는 중간에 있는 기기가 릴레이 노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멀리 있는 기기도 중간 단계를 거쳐 멀리 있는 스마트폰이나 허브에 연결됩니다.
▶ 블루투스 메시를 구성하기 위한 매니지드 플러딩(Managed Flooding) 방식을 약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지그비·스레드와 구별되는 블루투스 메시의 큰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장단점이 있는 방식입니다.
- 플러딩(Flooding) 방식: 메시지 전달 경로를 미리 정하지 않고, 모든 (주로 상시 전원) 기기가 신호를 사방으로 전달하면서 목적지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확성기로 주변에 소리를 크게 외치면, 그걸 들은 사람들이 확성기를 들고 다시 외치는 방식입니다.
- 라우팅(Routing) 방식: 메시지 전달 경로를 미리 정해 놓고, 그 경로로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부장-과장-계장-평사원 식으로 경로를 정해놓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제어 없이 신호를 무한 전달하면 메시지가 같은 곳을 왔다갔다 하거나, 이미 전달된 것을 또 전달하면서 신호 폭풍(Broadcast Storm)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입력이 일부 누락된다거나, 같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2.4GHz 와이파이 신호에 간섭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블루투스 메시에서는 플러딩 방식의 단점을 보완한 매니지드 플러딩 방식을 사용합니다.
- 이미 전달한 적이 있는 패킷은 다시 전달하지 않는 메시지 캐싱(Message Caching), 패킷 전달 횟수를 제한하는 TTL(Time-to-Live 방식, 배터리 기기(Low Power Node)로 향하는 메시지를 보관했다가 전달해 주는 친구(Friendship) 지정 등 여러 방식으로 네트워크 과부를 방지합니다.
라우팅 방식과 비교해, 매니지드 플러딩 방식은 다음과 같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 장점: ①라우팅 경로 계산이 필요 없어서 구현이 쉽습니다. ②중간 노드가 고장나도 별도의 복구 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신호를 마구 뿌리고, 그걸 받은 기기가 패킷을 다시 마구 뿌리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③여러 장치를 동시에 제어하기 쉽습니다.
- 단점: ①여러 장치가 패킷을 받으며 다시 전송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혼잡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좁은 곳에 장치가 많아질수록 심해집니다. ②네트워크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패킷 크기에 제한이 있습니다. 펌웨어 업데이트처럼 용량이 큰 데이터를 전송하는 건 어렵습니다. ③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릴레이 노드의 전력 소모가 라우팅보다 큽니다. 라우팅 방식은 자신에게 오는 메시지가 아니면 응답할 필요가 없지만, (매니지드) 플러딩 방식은 일단 패킷을 수신하면 다시 전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빌딩 조명 제어처럼 신호가 자주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는 연결 안정성 같은 장점이 크게 느껴질 것입니다. 중간의 전구가 하나 고장나도, 별도의 네트워크 복구 과정이 필요 없어서 에러 발생 확률이 낮습니다.
→ 하지만 좁은 공간에 기기가 많거나, 센서 데이터가 많이 나오는 곳에서는 네트워크 과부하가 오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집안에 수십 개의 블루투스 메시 전구가 있는 상태에서 현관의 모션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했습니다. 그러면 모션 센서의 신호를 전구들이 받아서 다시 재전송하면서 거실에 신호 폭풍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부 입력이 누락되거나, 같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2.4GHz 와이파이 신호에 간섭을 줄 수도 있습니다. 매니지드 방식이어서 완화가 되기는 해도, 좁은 곳에 기기가 많으면 여전히 문제가 됩니다.
▶ 매니지드 플러딩 방식에서 오는 단점 이외에는 다음과 같은 단점이 있습니다.
- BLE는 지그비보다 전력 효율이 좋았지만, BLE를 기반으로 메시 네트워크를 만든 블루투스 메시는 지그비보다 전력 효율이 좋지 않습니다. 아직 기술이 덜 성숙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①블루투스 메시의 패킷 내 부가 정보(오버헤드)의 양이 더 큰 점과, ②칩셋이 다용도로 설계되어 배터리 효율을 낮추는 요소가 있습니다.
- 지원 기기가 다소 적습니다. 스마트 홈 시장에서는 지그비의 역사가 꽤 오래 되면서 호환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습니다. 그래서 지그비 3.0, 4.0에서는 호환성 문제를 더 신경쓰기도 했고, 이후에 호환성을 최우선으로 두는 매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블루투스 규격을 관리하는 Bluetooth SIG는 스마트폰에 직접 연결되게 한다는 점은 최우선으로 두었지만, 여러 기업 제품 간의 호환성은 우선 순위를 낮게 두었습니다.
◆ 5. 호환성은 문제 - 하지만 연결 편의성은 압도적
위의 글을 모두 읽어 보셨다면, BLE와 블루투스 메시가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마트 홈에서 쓸 만한 물건은 많지 않습니다.
- 기업에서는 블루투스 비콘과 이를 통제하기 위한 허브를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블루투스 메시까지 도입해서 함께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 하지만 가정에서는 BLE 기기를 거의 1:1 연결로만 사용하지, 블루투스용 허브에 연결하는 경우는 적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스마트 홈 구성을 위해 허브를 구입한다면, 저렴한 제품이 이미 많이 공급되어 있는 지그비나, 호환성이 좋은 매터를 고려하지 블루투스 메시 장비를 사용할 이유는 없습니다. 가정에서는 블루투스 비콘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기술을 밀어내지는 못한 것입니다.
- 그래서 스마트 홈 용도의 블루투스 메시 제품은 거의 없고, 스마트폰에서 허브 없이도 사용 가능한 BLE 제품이 소수 있는 정도입니다.
▶ 앞선 글에서 다룬 (non-Matter) 와이파이, 본문의 블루투스, 그리고 다음 글에서 다룰 지그비와 스레드 모두, 각자만의 규격을 사용하다 보니 호환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 그래서 호환성 문제 때문에 스마트 홈 시장의 확대가 느려진다는 기업들의 문제 인식이 있었고, 호환성을 최우선으로 둔 '매터(Matter)'라는 공용 서식이 나왔습니다.
이전 와이파이 글(링크)에서도 다룬 것처럼, 매터는 서로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 홈 기기들을 브랜드나 플랫폼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IoT 계의 공용 서식입니다. "'켜라'라는 명령어는 제품 이름 바로 오른쪽에 적으세요" 같은 약속을 한 것입니다.
- 애플, 구글, 아마존, 삼성 등 여러 기업이 연합하여 만들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돈을 잘 버는 글로벌 대기업이 연합한 것은, 파편화 때문에 사용자가 불편을 느껴 시장의 성장이 더디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 애플 홈, 구글 홈, 아마존 알렉사, 삼성 스마트싱스 등 여러 플랫폼이 경쟁하다 보니, 기기 제조사들도 나뉘어져서 제품 다양성이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 비교적 작은 기업들도 자사 플랫폼에 소비자를 묶어 두기 위해 타사 앱 지원에 소극적이었습니다.
-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기종을 변경하거나, 회사가 서비스를 종료하면 이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회사가 연합하여 매터라는 공용 서식를 만들었습니다. 공용 서식을 전달용 무선 통신 수단으로는 고대역폭 와이파이(Wi-Fi), 저전력 스레드(Thread)를 선택하였습니다.
- 전기는 많이 쓰지만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와이파이 → 매터 오버 와이파이(Matter over Wi-Fi).
- 전기는 적게 쓰지만 작은 데이터만 전송 가능한 스레드 → 매터 오버 스레드(Matter over Thread).
매터라는 공용 서식에서 블루투스의 역할은 기기 등록(Commissioning) 시 인증 보조 수단입니다. 블루투스 메시 부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매터 기기를 허브에 등록할 때는 스마트폰으로 기기를 쉽게 추가할 수 있습니다. 지그비는 기기를 허브나 라우터 근처로 가져가야 했습니다.
▶ 한편 지그비도 2025년 발표된 지그비 4.0에서 Zigbee Direct라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지그비는 스마트폰과의 직접 연결이 불가능한데, 블루투스를 통해 지그비 기기를 스마트폰에 직접 연결할 수 있는 표준을 마련한 것입니다.
- 이런 시도가 가능했던 것은, 매터 오버 스레드에서 블루투스를 인증 수단으로 활용해서, 이를 위한 콤보 칩셋이 보급되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스레드는 지그비와 같은 표준의 하드웨어 표준(IEEE 802.15.4)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매터에서 인증용으로 블루투스 칩셋을 함께 넣을 것을 요구하니, 칩셋 제조사는 스레드+블루투스 콤보 칩셋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펌웨어만 바꾸면 지그비+블루투스 칩셋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그비에서도 블루투스 연결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완제품 제조사 입장에서도, 이렇게 지그비와 매터 오버 스레드 양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게 제품을 개발해 두면, 시장 상황에 따라 펌웨어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 6. 그래서 스마트 홈에서는?
이렇게 블루투스는 이어폰, 키보드, 마우스 같은 주변 기기 분야에서는 주인공, 산업 분야에서는 블루투스 비콘과 함께 쓸 수 있다는 나름의 강점이 있는 신입입니다. 하지만 스마트 홈에서는 거의 보조 역할입니다.
- 매터 기기의 등록 수단
- 지그비 4.0 기기의 스마트폰 직접 연결 수단 (아직 되는 제품 거의 없음)
- 스마트 스피커에서 음악을 재생할 때의 연결 수단
- 사용 가능 거리: 허브가 없으면 근처에서만 조작 가능한 블루투스 기기에 비해, 매터 오버 와이파이 제품은 허브가 없을 때에도 제조사 서버를 통해 집 밖에서도 조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허브 없이 사용해 본다고 했을 때 매터 오버 와이파이 기기가 더 좋습니다.
- 호환성: 여러 기기 연동이나 집 외부 사용을 위해 허브 연결을 고려했을 때, 블루투스 기기는 특정 플랫폼의 허브가 필요합니다. 지그비 기기도 특정 플랫폼의 허브가 필요하지만 ①더 저렴하고, ②매터 브릿지 기능이 있는 허브를 거치면 다른 브랜드의 허브에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매터 기기는 애초에 여러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따라서 스마트 홈에 허브를 사용한다고 하면 블루투스는 선택지에 넣기 애매합니다.
- 이렇다 보니 스마트 홈 분야에서는 블루투스 단독 기기의 장점이 거의 없고, 실제로 제품도 별로 없습니다. 위치 추적을 위한 블루투스 비콘과 블루투스 메시가 함께 사용되기도 하는 산업 현장과는 달리, 가정에서는 블루투스 비콘을 쓰지 않기 때문에, 비싼 가격과 불편한 호환성이라는 단점만 남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마트 홈의 구성은 매터 또는 지그비 기기를 주로 사용하고, 대형 가전 등 어쩔 수 없는 분야에 한해 매터가 아닌 와이파이 기기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7. 마무리
스마트 홈에서 블루투스는 단독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조연입니다. 매터에서는 기기 등록 시 인증 수단, 지그비 4.0에서는 스마트폰 직접 연결 수단입니다.
하지만 결국 블루투스를 함께 이용하고, 블루투스 칩셋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블루투스 규격을 관리하는 블루투스 SIG와 주도 기업은 그래도 웃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 기술이 모여 더 편리한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성 예정인 후속 포스팅에서는 지그비 / 스레드 / 매터 오버 스레드를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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